감추면 좀 달라 보인다.
콜라는 좋아하지 않는데, 며칠 전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학교 매점에 들러서 한 박스 사면 한 박스 공짜라는 광고에 혹해서 24병의 콜라를 샀다. 손에 잡히는 데로 별 생각 없이 하나 둘씩 먹다가 꽤나 먹었는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땡겨서 먹은 신라면과 사이가 좋지 않은지 사달이 났나 보다. 결국 북쪽으로 방향을 잡은 산책로를 포기하고 카보로로 다시 방향을 돌렸다,

옛날 공장이나 정미소 건물을 수리해서 아파트나 상가 건물로 쓰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 건물도 예전엔 정미소 건물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창문은 너무 커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넓은 창이 달린 변소^^...너무 좋다. 사진은 개인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난 다음 힘쓰지 않고 찍은 것이라 便은 없다는 개인적인 변을 알려 드린다.

항상 걷는 그 길은 2주 만 있으면 꽃이 제법 고울 것이라고 툭 던져주고 지나간 산책하던 미국 아가씨의 말처럼 하루가 다르게 색깔이 고왔다. 며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쌀쌀하기는 했지만 반팔에 반바지가 서서히 많아지고 있다. 과민한 대장 때문에 결국 매일 가던 산책로로 되돌아 왔지만 항상 봐도 좋았다.


벨타워 혹은 시계탑 쪽을 돌아 집으로 향하는데 신호등에 온통 검정 비니루를 씌어 놓았다. 난 어찌나 불온한지 불룩한 저것이 참으로 묘하다 싶었다. 드러내 놓았을 땐 아무렇지 않다가 감추면 이상해 져버리는 저것을 만들어 버린 사람은 누구일까? 앞으로 저 노골적인 신호등을 볼 때마다 민망함 반 부러움 반으로 쳐다 볼 것을 생각하니 나는 참으로 변태스러운가 아님 便스러운가?

이 시계탑은 위치도 모양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필름에는 거의 담지 않았는데 디지털에는 별 부담 없이 몇 장 찍어 보았다. 다만 내가 가진 가장 넓은 화각으로 찍어도 시원하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보통 두어 장씩 찍어서 스물네 판이나 서른여섯 판 짜리 필름을 다 찍을 때까지의 기약 없는 수고와, 포지티브의 경우 최소 2주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스캐너 노가다를 덜게 되어 고맙기는 하다. 다만 지난번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필름 장 수 생각 할 필요 없이 그냥 마구 찍어서 하나 골라내는 방식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엔 한 번씩 더 생각하고 골라서 찍으면 카메라에 내가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늘을 배경으로 찍을 때에는 주로 노출보정(E.V) 을 해 주면 하늘이 파란 색으로 나온다고 모든 사진 책에 기록 되어 있고 고등학교 사진부에서 그렇게 배웠다.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언더로 주니 하늘이 파랗게 나왔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하늘은 항상 하늘색이 아니다 !

오늘 이 시간의 하늘 색깔은 위에 사진에서 보는 하늘과 비슷했던 것 같지만 숲과 자전거 타는 학생은 좀 더 밝은색으로 도로 색깔은 좀 더 어두운 색깔이었던 것 같다. 암부와 하이라이트. 계조. 채도 뭐 이런 것 상관하지 않고 열심히 걸어 다니면서 이것저것 찍는 재미에 자기만족. 자기연민 하며 다니고 있는데 다만 구도 잡는 것은 언젠가 시간을 두고 한번 보배웠으면 하면 바람이 있다. 적어 놓고 확인하니 세로사진이 많다. 주말엔 다시 한 번 산책을 나갈 생각인데 가로 본능에 충실할 것이고 지금은 이번 부활엔 또 어떻게 지내야 하나를 놓고 잠시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