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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6. Wednesday

최저생계비 설정은 사회안전망 구축의 핵심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는 3년마다 한번씩 중앙생활보장위원회(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결정된다. 지난 8월 내년도 최저생계비가 결정되었는데 혼자 사는 가구의 경우 한 달 최고 46만원을, 4인가구의 경우 한 달 최고 120여만원을 최저생계비로 지급받을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전체 인구의 3%를 상회하는 1,600,000명(160만)에 이른다. 무엇보다 최저생계비의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통상적인 최저소득기준, 공공부조기준 그리고 절대빈곤선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며 (김미곤, 2007)  한 사회의 한정된 자원을 가장 정의롭게 사용하는 방법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분배하는 것이라는 롤즈의 기본적인 정의론에 비추어 보아도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문제는 사회복지정책의 대상과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기본이자 사회안전망 구축의 핵심적인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 방식은 전물량방식(Market-Basket, Rowntree), 반물량방식(Engel, Orshansky), 상대적빈곤선 설정, 수준균형방식 등의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물량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생활품목들을 나열하고 최저기준가격으로 그 품목들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오샨스키 방식이라 불리는 반물량방식은 기본적으로 소비하는 식품비를 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산출하는 방식이고 상대적 빈곤선 측정 방법은 예컨대, 전체가구 중위소득(median)의 30% 혹은 50% 등과 같이 전체 인구의 소득을 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정하는 방법이다. 윤홍식(2007)에 따르면, 수준균형방식은 최저생계비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당장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면 지금 수준에서라도 막기 위한 하나의 차선책이 된다고 한다.

"1999년 측정한 최저생계비 수준이 미덥지 못하고, 지난 2004년에 측정한 기준 조차 과학적이지 않다면 지금 마련하고 있는 최저생계비 수준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에 고정시키는 '수준균형방식'을 취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07년 현재 전물량방식에 의해 측정된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가 120만원이라면 이를 도시근로자 평균소득(또는 다른 기준이 되는 소득)의 몇 %인지를 정하고 그 비율로 최저생계비를 고정시키자는 것입니다 (윤홍식, 2007)."


한겨레신문, 후퇴하는 '삶의 방어선' 최저생계비 (하), 2007.07.19

1999년 최초로 최저생계비가 계측된 이후로 최저생계비의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4인가구 기준) 대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평균소득은 소득분포의 양 가장자리에 아주 낮거나 아주 높은 소득이 존재할 경우 영향을 쉽게 받는다. 지난 10년간 근로소득자 내에서도 소득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진행되어 왔음에 볼때 평균소득 대 비율이 (중위소득 대 비율과 비교하여) 저평가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지만 그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2000년 2.3%, 2003년 3.6%, 2006년 3%) 경제성장률 (2006년 5.1%)을 고려해보면 7년간 27만원의 명목적인 증가는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기도 하고 원칙이 있는 과학적인 결정도 아니다.

올해의 최저생계비 결정에서 보건복지연구원이 5.8% 증가를 주장했으나 최종적인 단계에서는 전년 대비 5%의 수준에서 결정 되었다고 한다. 정책결정자들이 생각하기에 우리사회에서 용인되는 사회적 합의의 수준이 5%인지, 과학적 결론이 5%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물량방식으로 측정되는 현재의 측정방식은 결핍으로서의 절대적 빈곤의 기준선을 제시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금의 기준에 따르면, 유선전화나 공중전화가 있기 때문에 핸드폰 사용은 최저생계비에 포함되지 않고, 빗자루라는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진공청소기도 최저생계비에 포함되지 않고, 집에서 따뜻한 밥 먹으면 되기 때문에 가족 외식비도 최저생계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항목을 최저생계비 계측에 포함 할 것인가의 문제는 최저생계비 계측에 있어서 결코 핵심적인 내용은 아니다 (윤홍식, 2007) 요컨대, 수준균형방식은 최저생계비 계측에 있어 전물량방식이 비과학적이라는 논란을 피하고, 개별적인 선호를 무시하는 전물량방식의 비효율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새로운 계측방식에 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윤홍식, 2007). 

결국 금년의 최저생계비 계측은 전물량방식에 의한 기존의 계측방식을 통해 이루어 졌으나 수준균형방식이나 상대적 빈곤선 설정의 잠재적인 파급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최저생계비를 전체근로자의 임금과 매개 시키는 것은 저소득층, 불안정 임금노동자, 전체 노동자의 과 연대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그와 동시에 평균 임금하락시 발생 하는 불안정성이 저소득층에게 그대로 전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결국, 어느쪽이던지 빈곤과 노동의 문제를 동시에 다루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교육, 육아, 출산, 의료 등 사회적 서비스의 탈상품화의 정도와 내용을 알차게 추구하는 것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그것을 가능케 하는 좌파정당의 의회 점유 수 (Huber & Stephens, 2001)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긴급하게 빈곤과 노동의 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내는 방책과 정책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수준균형방식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사회적 안전망의 설정이라는 측면에서 시사점이 있다 하겠다.

중위투표자정리(Median voter theorem)

(희망적인 바램이지만) 경제적 이해관계의 공유는 사회적 행태에서 유사한 점을 보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중위투표자정리는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하는 비시장적 의사결정과정은(투표, 선거) 표준분포의 중간을 차지하는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이야기 한다. 예컨대 서구 복지국가에서의 경우 이 중간을 차지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동계급이며 좌파정권 (사회민주주의정당, 사민.녹색 연정)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이 되어 왔다는 것인데 노동계급은 탈상품화를 지켜내기 위해 좌파정권을 지지하고, 좌파정권은 지지기반을 보장하기 위해 탈상품화 정책을 포기 하지 않는 선순환구조를 지켜낸다는 것이 복지국가의 발전에 대한 한 전통적인 설명이고 퇴색하기는 했지만 많은 부분 아직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생각컨대, 수준균형방식은 최저생계비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살아가는 빈곤계층이나, 저소득층, 불안정한 고용구조에서 살아가는 임금 노동자 모두를 위협하는 불안정성에 대한 기초적인 대응이며 복지의 대상과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준이 됨과 동시에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연대라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단 좋은 방향인지 그 반대인지는 ? ? ?


김미곤: 최저생계비 쟁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자료집] 최저생계비의 적정성 평가와 대안 모색
윤홍식: 참여연대 최저생계비 바꾸기 릴레이 편지 5
한겨레신문 (2007.07.18) 정세라 - 후퇴하는 ‘삶의 방어선’ 최저생계비(상)
한겨레신문 (2007.07.19) 정세라- 후퇴하는 ‘삶의 방어선’ 최저생계비(하)
Huber, E., & Stephens, J. D. (2001) Development  and crisis of welfare state: Parties and politics in global markets,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그 외 (미국);
Department of Health & Human Services, FAQ related to the poverty guidelines and poverty.
Fisher, G. (1997), The development and history of the U.S. Poverty Thresholds - A brief overview, GSS/SSS
Newsletter.
Panel on Poverty and Family Assistance (1995), Measuring poverty: New Approach, National Academic Press, Washington.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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