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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6. Monday

Nice 하게 잘


Forest Theater, UNC-CH

아침 7시 RU 버스를 타고 큰길에 나가서 커피 한잔 하고 천천히 걸어오면서 "졸렬한 결말" 이라는 문장을 되뇌다가 다시 찾아보았다.

혼자 하는 여행은 대체로 허영의 결과일 때가 많다. 자기애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그 졸렬한 결말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가끔 여행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동원하게 된다. 그런 여행자일수록 주변을 시끄럽게 하고 자신의 허무와 고독, 결단력을 강조하고 과장한다. 인도나 유럽 같은 곳에선 이마에 내천川 자를 새긴 채 여기저기 떠도는 이런 유형의 여행자를 자주 만나게 된다. (허영, 김영하)

큰길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은 익명성이다.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모르는 편안함이다.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웃으면서 안녕하면 최소한 나의 기본적인 의무는 다하는 것이다. 대충 알아도 편안하다. 괴팍한 이미지로 기억되던 할아버지 버스 드라이버는 좋은 하루 보내라는 립서비스를, 밥도 팔고 담배도 파는 약국 아저씨는 말하기도 전에 오늘도 내가 사는 품목을 정확히 기억하고, 체육복 위에 빤스 입고 다니는 아줌마는 내가 산 품목을 귀신같이 알고 하나를 얻어가고, 커피숍 종업원은 내가 마실 커피의 종류와 크기를 미리 이야기 한다. 서비스 관계의 핵심도 편안함이다. 아는 사람은 불편하다.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은 고맙지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고, 누군가의 안부를 대신 전해주는 것은 더욱 불편하다. 우습게도,  한발 뒤로 물러설 준비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있다.  "나를 위한 나의 자기헌신"은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폐허로 만들지 않는다. "졸렬한 결말"을 피하기 위한 여행의 끝이 결국 "졸렬한 결말"이듯 폐허는 자기애는 충만하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예정된 길이다.

그래서 뭐?
잘 살겠다는 이야기죠.








  박쥐 | 11/27/2007 11:45.PM
  iam1969 | 11/28/2007 11:4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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