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 Georgetown 대학
이 지구상에 영어가 마흔다섯 가지 정도 된다는 말이 있지. 말이 다른 각 나라마다 자기네 식으로 영어 발음을 하게 되는 거야. 이런 일화가 있어. 2차대전 후에 일본의 어떤 영어 학자가 일본의 국제화를 위해서 공용어를 영어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어. 그 돌발적인 주장은 패전의 열등감에 빠져 있던 일본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되었지. 그런데 뜻밖에도 그 사람은 미국의 초청을 받았어. 뭐. 뜻밖일 것도 없는 일이지. 그때 패전 일본을 장악하고 있던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스스로 그런 주장을 하고 나선 학자를 환영할 수밖에. 그 학자는 난생처음 미국에 가서 환대를 받으며 미국의 저명인사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하게 되었지. 물론 영어로 말야. 강연을 다 마치고 났는데 청중들이 하는 말이, '일본말도 우리말하고 좀 비슷한 데가 있는데 그래', '응, 그런것 같기도 하군' 이랬던 거야. 그 학자는 일본으로 돌아와 다시는 그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거야. 다른 나라 말을 하는데는 다 그런 한계가 있는 거니까 최선을 다해서 노력은 하되 그들과 똑같이 되지 않는다고 고민할 것 없어. 똑같아지려고 하는 건 망상*이고, 망상에 매달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까 (조졍래, 한강 7권, 152쪽)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그것 만으로 좋은 일이나 그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망상 [妄想] <명사> 이치에 어긋나는 헛된 생각. 이것이 지나치면 병적인 것으로 되어 피해망상, 과대망상 따위의 정신이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