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그림마당 - [6월 25일] '뼈저린 반성과 공안정국'
시민불복종은 그것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고 무정부 상태를 낳는다는 일각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큰 위험은 시민의 복종, 즉 개인의 양심을 정부의 권위에 굴복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복종은 전체주의 국가들에서 본 것처럼 공포를 낳고,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이른바 민주적 정부의 자의적 결정 아래 국민 대중이 주어진 상황을(예, 전쟁- 월남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는다. (하워드 진,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 이후)
원수를 위한 기도: 평화와 사랑을 수호하시며 기뻐하시는 천주여, 비오니, 우리의 모든 원수들에게 진정한 평화와 사랑을 주시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며, 전능하신 힘으로 우리를 그들의 함정에서 보호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가톨릭기도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이런것도 따라 할까 두렵다.
그제(6월 15일) 터키에서 대학 입시시험이 있었습니다.
터키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20%가 채 안되는 숫자만이 대학엘 갈 수 있습니다.
대학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년 재수, 삼수를 하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4~5수를 하는 학생을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10수 이상을 하는 학생도 간간이 볼 수 있습니다.
대학은 국립과 사립대학으로 나뉘는데, 국립대학은 학비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지만 교육의 질이 형편 없습니다. 전공과 전혀 상관이 없는 강사가 수업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고, 심지어는 교수가 단 3명 뿐인 종합대학도 있습니다. 그 중 한명은 총장이니, 수업하는 교수는 단 2명 뿐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반면 사립대학은 교육의 질은 괜찮은 편이지만, 대단히 비쌉니다. 한국의 사립대와 맞먹거나 더 비쌉니다. 터키의 사설 교육시장은 미국과 비슷합니다. 사립대 학생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뉩니다. 기부금 내고 들어와서 졸업장 따는 것만이 목표인 학생들과 장학금을 타고서 정말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입니다. 사립대학의 교수들은 학생을 공공연히 고객으로 취급합니다.
어쨌든 이런 국립대학이라도 졸업장이 있으면 취업에 이롭기 때문에 모두들 기를 쓰고 대학엘 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시험장에는 항상 학생들이 넘쳐납니다.
올해 대학입시 시험장에는 조금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입니다.
어떻게 된것인지 사정을 알아본 즉은, 시험 응시생이 너무 많아지자 터키 교육부에서 3년제였던 고등학교를 4년제로 바꿔버린 것입니다. 물론 명목은 '고등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시험 응시생의 수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이를 감당하지 못한 터키 정부가 내린 극단적인 조처였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재수생 이상만 시험을 보는 이상한 해가 되어버렸습니다. 올해 대학 입학생들은 모두 나이많은 학생들이 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정책보다 더 황당한 것은 터키 사회의 반응이었습니다. 학교 교육 체계가 완전히 바뀌는 이런 큰 이슈를 터키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고, 자녀를 고등학생으로 두고 있지 않은 부모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현재 대학엘 다니고 있는 학생들 조차도 이런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터키의 교육은 실질적으로 군부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습니다. 행정부에서 완전히 독립된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결정하는데, 이 위원회의 약 1/3 정도는 군부의 인사로 채워집니다. 군부의 영향력이 행정부보다 훨씬 더 큰 상황에서 교육위원회가 군부의 입장에서 어긋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위원회의 결정은 행정부의 결정보다 더 큰 무게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교육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서는 거부할 수 없는 결정으로 받아들입니다.
그간 터키에서는 교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된 경우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히틀러의 자서전을 교육부가 권장도서로 선정하여 학생들의 파시즘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고자 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터키의 교육 현장에서는 종종 벌어집니다.
어쨌든 그래서 올해는 입시 시험 응시생 수가 150만 남짓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학생들도 10% 남짓만이 대학엘 갈 수 있을 뿐입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내년에 또다시 시험에 응시하거나 아니면 대학을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내년에도 100만이 넘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입시 시험장으로 쏟아지게 될 것입니다. 2~3년 후면 그 숫자는 작년의 응시생 숫자를 다시 능가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또다시 터키 교육부가 고등학교 재학기간을 5년으로 연장할지 두고볼 일입니다.
터키에서
아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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